저녁 바람 2012. 1. 10. 12:01

 

 

 

 

며칠전 어느 블로그에 갔더니 도너츠를 만들어 놓은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근간 한번 저질르지 뭐...

어제 귀가하는 길에 도넛츠 가루를 구입
반죽하고 기름 준비하고
방망이로 밀고 하나 넣고 건져 내고
다시 밀어서 하나 넣고 건져 내고
튀김 그릇이 작아서 작게 했더니
도넛츠가 아니라 오징어 튀김처럼 되 버렸다
마침 어제 지인이 쵸코렛을 가방에 넣어 준것도 있어서 중탕을 해서
살짝 발라 주고
도넛츠를 담은 그릇은 꽃 수업할때 거금을 주고 산 화기.
지난주에 화분을 찾다가 눈에 띄어 포장한 신문지를 걷고 들여다본 날짜는 90년대 신문
화기로는 어떤 꽃도 꽂아 보지 못하고 본래의 목적이 아닌 도너츠를 담은것이 첫 사용이라니...

커피잔은 어머님이 물려주신 NORITAKE CHINA .
이 그릇의 유명한 일화는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 입성하고 명성이 자자한 이 찻잔을 만드는 사장을 불러
한달안에 차 그릇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
주문을 받은 사장은 한달안에 만들 수 있는 그릇이 아님을 강조하고
정 원하신다면
만들어는 드리지만 자기네 상표는 넣어 드릴 수 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해서 유명한
찻잔이다.
회색 무늬가 들어 있어 중후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할까
어쩌다 한번씩 꺼내서 닦아 보기도 하고 귀한 손님이 오시면
찬장에서 바깥 구경을 한다
찻잔과 더불어 물려주신 넓은 접시는 찻잔보다도 더 세상 구경을 못하고
찬장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어쩌면 나 안 보는 사이 나를 향해 눈 흘길지 모른다
평가 교슈 뭐 하는겨
날 좀 마구 마구 써 보라구..하면서

도너츠로 돌아 가자
60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체육 전공하신듯
조** 선생님은 무슨 마음이셨는지
6학년 여름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반이라서 그랬는지
도너츠로 실습을 하시겠단다.
다른반은 이런 시도도 하지 않는데, 좀 유별스러운데가 있으셨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들은 너무 너무 신나 했다.
초등학교에 무슨 실습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처럼 믹서된 도너츠 가루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암튼 학교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이것 저것 가지고 와서 실수 없이
도너츠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살려 중학 1학년때 집에서 그대로 도너츠를 만들었는데
어인 변고인지 기름에 집어 넣고 얼마 안있어 펑 소리도 드높이 기름이 튀어 올라
팔과 손을 데였는데 약국에서 소금물에 적신 물수건을 대고 있으라는 덕분에
흉터는 없다.
그 이후 오늘 다시 도전
도전이랄 것도 없지만

우리 어머님이 딸들이 음식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 하셨다
전공이 전공 탓으로
신선로 그릇도 사주시고
학교에서 실습한 재료와 유사한 식자재로 만든 음식들은 형제들한테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궁중 떡볶이, 신선로는 낙제점은 면했다
궁중 떡볶이는 식구들이 좋아 해서
설날 가래떡을 뽑아 오면 7cm로 잘라 한소쿠리 따로 준비해 둔다

오늘 만든 도너츠는
기성 도너츠에 입맛이 들은 탓인지
좀 덜 달다.
다행이라면 다행.
부침, 튀김 종류를 좋아 해서 많이 자제를 하는데
오늘은 좀 봐주지 않으려나? 날이 날이니...
블로그 쥔장 이렇게 심심하면
무엇이던 잘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