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70년대 초 경기도 가까운 시골에서 이 단호박을 접대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난 단호박을 처음 보았으니 시식 역시 처음이다
만화책에서나 보았던 단호박을 비가 뿌리는 오후
시골 대청 마루에 앉아 먹어본 맛은
무척 달다는 느낌 외에는 없었다.
밭이 없는 부모님이 살던 곳에서는 이런 단호박도 없었고 푸성귀도 귀한 고장이였던듯
기실 우리가 자라면서 단호박이라던지 조물 조물 무쳐 내는 나물 같은 것이 무척 드물었다
그래서 새콤 달콤 이라는 단어는 이 나이 먹도록 까지도 아직 낯설다
외식 문화가 발달이 되면서
한식에도 서양 음식 처럼 appetizer 가 도입이 되면서
이 호박죽으로 입맛을 열어 보라는 취지의.
이 서양 음식법의 도래로 호박죽을 처음 먹어 보았다
물론 어떻게 끓이는지도 몰랐음은 자명한 일이고
달디단 음식을 즐겨 하지 않던 내가 , 세월앞에 장사 없듯
입맛이 먼저 세월을 따라 가고 있다
단 음식이 조금씩 땅기고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이 듬뿍 얹은 케잌은 내 생애 이제 남은 유혹의 덜미다
오늘은 지인의 생일이다
그 지인이 순번으로 보면 어머님을 모실 그런 줄서기가 아닌데(부모님 모시는데 순서가 있지는 않지만)
홀로 있다는 배려로(언니 오빠는 식구가 있으니) 별 말없이 모시고 있다
나이드신분들이 그렇고 ,더욱 오랜 시간 홀로 있으신 분들이
조금은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으시다.
많은 배려를 갖고 있는 그 지인이 항상 마음을 열고 있어
좁디 좁은 내 마음을 늘 감동으로 촉촉하게 내 감성을 적셔준다
그래서 약밥도 가끔 준비해서 지인의 손에 들려 보낸다
오늘은 이런 저런 겸사로 호박죽을 만들었다
지난번에는 너무 쥬스같다는 총평으로 오늘은 좀 묽은듯 신경을 썼는데
평가는 그 지인과 어머님 몫이다
기뻐할 그 지인의 얼굴과 맛나게 드실 지인의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사실 이런 마음은 나의 오버다
그런데 가끔 이런 오버스러움으로 상대를 곧잘 감격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내게 있다는 것을
호박죽 만들기(다 잘 아시겠지만)
누구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만들것이다라는 전제하에, 또 아님 난 이렇게 만든다라는...
* 찹쌀을 하루 전에 불린다
* 다음날 호박의 꼭지 부분을 칼로 도려내고 6등분이나 8등분을 해서
압력솥에 물을 넣고 구멍 숭숭 뚫린 걸개를 넣고 찐다
* 추가 달랑 거리고 2분 후 불을 약하게 하고 3분정도 되면 불을 끈다
10여분이 지난후 열고 식힌다
* 완전히 식은후 한개씩 들어내어 숟가락으로 노란 부분만 긁어 큰냄비에 따로 담는다
찌기전에 감자 깍는 칼로 껍질을 긁어 보았더니 잘 벗겨지지를 않고 잘 벗겨지지 않은 것으로
호박죽을 끓여 보니 껍질 색 때문에 좀 그렇다...큰 늙은 호박은 깊숙이 껍질을 제거 하면 되겠지만
단호박은 작아서 너무 깊게 껍질을 제거 하면 양이 많이 줄어 들것 같다)
* 믹서에 불린 찹쌀을 물을 붓고 갈아 낸다
큰 냄비에 단호박을 넣고 찹쌀 갈은 것을 넣고 끓인다
호박도 익은 것이고 갈은 쌀이라서 지켜서서 나무 주걱을 저어 주지 않으면 눌러 붙어 버린다
팔 삶은것을 넣어 주면 더 좋을듯
빙수팔을 이용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러면 너무 달지 않을까 싶다
* 소금 조금
설탕은 단것이 싫은 사람은 조금만...
사진용으로 잣과 몸에 좋다는 검은깨를 살짝 완전 사진 장식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