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백

50년된 설렁탕집

저녁 바람 2012. 2. 8. 12:59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러 시내로 가는중
동생이 전화.
명동에 있는데 저녁 약속이 없으면 ...함께 식사를 할거나 하는...
지인은 잠시 만나 한담을 나누고동생과 저녁을 먹어야 겠다 하는 나름의 머릿속으로 교통 정리를 하고 문자로 ok .
작은 아들 결혼 시키고 큰 아들은 오후에 출근하니
그 커다란 집에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는 것이 맘에 걸려서..
물론 이제 아마 동생도 나처럼 일상이 되겠지만...

먼저 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인의 귀가 시간을 고려해서 2시간 남짓 대화를 하고 일어선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 반 남짓..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홀로 명동 거리를 걸아 본다
이쪽 저쪽에서 들리는 일본말과 중국말
그래 많이 많이 들 사갖고 가시기를...

이곳 저곳 구경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친구의 전화
어디니?
명동
이유 모를 웃음을 웃는다
왠 명동이냐 하는 뜻이겠지
평촌에 살고 있고 직장이 안양이니 서울 나들이 할 일도 없고
더욱 명동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말미에 명동은 잘 있냐 하고 묻는다
그럼 잘 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예전 제일 백화점 자리 그곳이 다시 올 수리를 하고 오픈했는데
여전히 썰렁하다
자리가 명동 한 복판인데 왜 그럴까?
바람이 불어 추운 날씨
한바퀴 둘러 보고
명동 성모상 앞에 가서 잠시 머리 숙여 보고
동생을 만났다
어디서 저녁 먹을까?
동생은 내가 좋아 하는 함흥 냉면을 생각했는지 의향을 묻는다
바람이 오락 가락 다음날은 비가 온다 하더니 제법 쌀쌀하다
따뜻한 음식 먹자는 말에
하동관은 문을 닫았고 미성옥으로 가잔다.
명동 파출소(파출소 라는 말도 무슨 자치대로 바뀐것 같다) 에서 마주 보이는 그곳이 아직도 있니?
건재하단다.
78년 1월 6일 동생이 큰 아이를 명동 성모 병원에서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막내 오빠와 조카 얼굴 대면하고 엄마를 모시고 미성옥에서 설렁탕을 먹은것이
처음인데 그때로만 계산해도 몇년인지?
골목을 접어 들면서 미성옥까지 몇집의 식당이 있다.
부대찌개 돈가스 집이 있어 가는 길목에 잠시 머뭇 거리게 한다
이런 설렁탕 집 같은 어른들이 좋아 하는 음식 점은 점점 줄어 든다
돈 벌기는 아버지들이 해도 쓰는 것은 청춘들이니
청춘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은 늘어 나도 어른들이 좋아 하는 음식 점은 도태될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안동 닭찜을 지나다 보면 청춘들이 빼곡하니 들어 차 있어
이런 메뉴 개발이 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예전 음식 점 메뉴가 거기서 거기였지만
지금은 서양 문물이 들어서 퓨전에서 피자 등등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으니...
일단 외식이라고 하면 늘 먹는 것 보다는 색다른것을 찾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
취향이 어른들이 고수하던 예전 음식들은 슬슬 자리를 비켜주고 있다

들어선 설렁탕 집은
몇몇 직장 남자분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서 괜히 안심이 되는거.
동생 큰아이 낳던 그때 가보고 한번 더 갔으려나 ?
별로 변해 보이지 않는다
척 봐도 설렁탕집 분위기다.
어젠가 신문에 인테리어도 젊은 분위기로 변화를 주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은데
분위기를 좀 젊게 변화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었다
깍두리와 설렁탕 국물을 더 달라고 해서 아주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벽에는 개업 50년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내가 처음 들어 섰을때가 78년이면
내가 아는 세월만은 우선 33년째이다.
구수함이 입안을 맴도는 것으로 동생과의 만남도 이런 맛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인점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은 하동관 곰탕을 먹어 볼꺼나..
역시 나이를 먹었나 보다
따뜻한 국물을 찾는것을 보면....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란히 전철을 타고
동생이 먼저 내렸다
만나고 헤어짐이 어디 한 두번인가
시내에서도 만나고, 며칠에 한번씩은 어찌 지내나 전화 하고
2-3개월로 치루어지는 집안 행사(제사)에서도 만나는데
이렇게 시내에서 만나 헤어지면 마음이 왠지 이유도 없이 짠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