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풍경

성삼재, 뱀사골, 달궁, 함양, 산청 부산

저녁 바람 2012. 2. 9. 10:57


급할 일도 없고
밥은 전기 보온 밥솥에 얌전히 있으니 준비 하지 않아도 되고
콩나물 국이나 끓이고
달걀이 남았는데....
그릇이 마땅치 않아서 망설이다 커피잔에 일인분씩 담아 큰 냄비에 달걀찜을 올리니
근사하기만 하다.
2개가 남은 것은 그 옆에 놓고 삶았다.
이건 기차에서 먹으면 되겠다 하고...
김 구이, 매실 장아찌, 멸치 볶음, 깻잎, 뜨거운 밥에 치즈 한장씩
울집 식사 보다 더 근사하네

아침 먹고
성삼재로 넘어가 뱀사골, 달궁, 함양 산청을 거쳐 부산으로 코스를 잡았다.
노고단 입구에서 도로 통행료를 내라고 한다.
어제 끊은 표를 보여 주고 어제 구름 때문에 못갔으니 그냥 보내 달라고 하니
선선히 그러란다.
전라도 인심 좋네 그려...

어제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더니 비에 씻긴 산천은 깨끗해 보여 좋기만 한데
또 구름이 반갑다 하고 내려 온다.
성삼재에서 잠시 쉬면서 밥 먹고 차 한잔도 마시지 못했으니 자판기 커피 한잔씩 뻡아 들고
아랫녁을 내려다 보려도 볼 수가 없다. 그 반갑다 하고 자꾸 감기는 구름땜시..
성삼재 주차장에는 산악회에서 대절한 버스. 개인적인 등산객등이 등산 준비에 바쁘다.
해발 900m 정도 되는 높은 곳이라서 그런지 반소매 옷이 썰렁하다.

젊은 청춘들이 등산 차림으로 등산 통로를 통해 등산 시작
어느 젊은 부부
이제 생후 6개월이나 됐을까 싶은 아가를 아빠 가슴에 포대기로 안고
등산을 시작한다.
서늘한 날씨에 아이의 내놓은 다리가 추워 보이기는 하지만
아빠 엄마가 가슴으로 마음으로 담을 아름다운 경치를 자기들의 아가와 같이 보고 싶은 것 같은 마음이 따뜻함과 애정으로 느껴지는 한폭의 그림같기도 하다.

잠시 쉬고 출발
산 정상에서 뱀사골로 내려 오는 길
전나무들이 눈만 내리면 이건 완전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눈 내리면 너무 근사하겠지요.."
"눈 오면 차를 갖고 올라 오지를 못합니다."
"그럼 저희(전나무)끼리 놀겠네"

동생과의 대화
" 얘 재네들은 눈 오면 저희끼리 놀다가 너 눈이 쌓이니까 이쁘다"
"응 그러니"
"그래 그런데 이쪽을 잠깐 털어봐"
"그러니까 좀 더 예쁘다"
"그래. 그럼 너도 이쪽을 약간 털어봐"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는 저희들끼리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지루한 겨울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사람들이라고 다 아는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깊은 산속
잠시 토지의 구천이 별당아씨를 데리고 최치수를 피해 숨을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하겠다 싶게
산은 깊고 넓었다
차를 타고 내려 오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최치수가 강포수를 데리고 아니 강포수 할아버지를 데리고 구천이를 찾는다고 하여도
그렇게 쉽게 찾을 수가 없겠다.
옛날에는 더 깊고 깊은 산속이였을 테니...
별당아씨 구천을 따라 이 험한 산속에 살면서 한점의 후회는 없었는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함양쪽으로 내려가는데
연상 산악회 팻말을 달은 버스들이 계속 올라 오고 있었다.

뱀사골을 지나는데 높은 전봇대에 확성기가 3개가 달려 있다.
금방이라도
" 나 뱀사골 이장인디.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오늘 이 계곡으로 목욕하러 오신다는 전갈이
왔응께 . 주민들은 선녀님들이 불편하지 않게 집으로 대피(?)해 주시고
집 밖으로 나오지 말더라고 잉"
그런 당부가 흘러 나올것도 같다.

달궁을 지나고 함양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니 산청이라는 곳과 남강 진주라는 팻말이 보인다.
섬진강 줄기 남강으로 이어진 곳에는 래프팅하느라고 법석이다.
그들을 뒤로 물리고
산청 휴게소에서 잠시 아이스 크림으로 입가심을 하고
햇볕 쨍쨍한 것이 저쪽이 두고온 지리산 자락과 너무도 다르다.
얕은산에 하얀 깃발이 군데 군데 꽂혀 있어 영역 표시인줄 알았더니
그건 약을 뿌려 달라는 표시라고 한다.
그래서 산에서는 절대 계곡 물 같은 것을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남해안 고속도로를 지나고 양산을 거쳐 부산시내로 진입
점심은 된장찌개에 고기를 약간 싸서 먹고 우리는 동래의 허심청으로 직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