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묘미 1
그냥 맘 가는 대로의 습작이다
제목은 묘미라고 일단 붙였다.
묘미 1
마음은 무엇인지 해명을 하여야 하나? 아니라고 부언 설명을 하여야 하나? 생각은 오만 갈래로 퍼진다 묘미가 있는 곳이 보이니 또 마음이 흐트러진다 손님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변명을 하던지 아님 시치미 뚝 떼고 무슨 일 있었냐는듯하면 자기가 뭐랄 것인가 좀 친해지면 그럴 수도 있지. 혼자 나를 달래고 변명하고 그냥 돌아 설까 하다 밥 먹으러 온 손님을 자기가 주인도 아닌바 들어오라 마라 할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없는 일 인양 들락거리면 되지 요즘 내 일상이 편안한가? 별로일 같지도 않은 일로 끙끙대니 누가 알면 내가 저한테 큰 흑심이라도 있어... 아니 내가 죽을 죄지어서 밥도 못 먹으러 가나 하겠네... 묘미라는 이름은 점심이면 그냥 생각 없이 발길 가는 곳의 식당에 일하는 그녀에게 붙여준 나만의 이름이다. 그런 그녀는 이름이 없냐고 .. 이름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게냐 만은 난 그녀가 무슨 이름이던 상관없이 나는 그냥 묘미라고 생각하면서..... 이름이 아주 딱이네... 그렇게 부른 이유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처음, 며칠 동안 그냥저냥 밥 먹다 보니 그녀의 모습이 묘해서 묘미라고 생각한 것은 내 쪽 사정이고 그냥 미스 묘라고 부르니 갸우뚱하면서도 되묻지도 않는다 그 이상 내가 아무 말 없으니 저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성씨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밥 먹는 데서 만난 여자의 성씨가 미스 김이면 어떻고 미스 리면 어떠냐 그녀가 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밤에는 술을 곁들이고 고기 굽다가 그것만 해서 밥술 뜨기 힘들다 그러 커니 저러 커니 하더니 주인마누라가 점심 장사를 시작하면서 손이 딸려서 들인 것이 묘미이다 전주 식당이라는 간판 자체가 몇 점을 따고 들어간다는데 주인 여자의 손맛이 전주라는 이름의 간판을 안 걸어도 증명이 되고도 남는다 된장찌개가 꽤나 맛깔스럽고 남도 쪽 음식이 입에 짝짝 붙는 것이 짬 초름한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는 아주 딱이었다 매일 잔잔하게 깔리는 밑 반찬이 별스럽지 않아도 입맛을 돋우기도 했지만 밥숟갈 놓을 때쯤이면 등장하는 구수하고 따뜻한 숭늉 또한 나의 발길을 잡아 끄는데 한몫하고 있다. 아마도 이 숭늉에 반한 사람이 어찌 나 만일까보냐.. 엄청 잘 나 보이는 얼굴도 아니고 기실 잘난 얼굴이라면 이렇게 후미진 곳에서 일을 할리도 없다 싶었다. 여자는 손을 보면 대충 알아진다는 것은 내 편견일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을 보면 손 마디가 깨끗하고 손도 거칠지 않다 험한 일을 한 사람은 아니구나...
그러다 낮 시간대 시내 나갈 일이 있어 전철 역사를 들어서고 있는데 언뜻 어디서 보던 얼굴인데... 하고 쳐다보니 그녀 묘미다 왜 빙긋 웃음이 났을까? 그리고 아는체하려는 내게 그녀는 가볍게 목례만 하고 굳이 내가 타려는 전철 옆 칸으로 오른다 감색의 스커트와 블라우스에 커다란 푸른 꽃무늬가 있는 옷이 꽤나 정갈하고 색의 조화가 신선해 보였다. 단발머리에 퍼머기 없는 모습은 정말 식당에서 보던 묘미 맞아? 아마 그래서 내가 더 눈여겨보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당연 아는체하고 요새 왜 자주 안 오세요라든지 자주 들러 주세요라는 식당 일하는 종업원과 손님 사이의 일상적인 인사를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손님이라는 자리에서 동댕이쳐지는 느낌이랄까? 그때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묘한 흥미가 생겼다 말을 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여자와 언니 동생 하지만 이 바닥에는 모두가 언니요 동생이니 진짜 동생인지 주민증 까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바 언니 면 어쩌고 동생이 아니면 어쩔 테구.. 들리는 말로는 어느 나이까지는 직장 생활도 했다 하고 밥 심부름 외에 가끔 계산기를 들고 두드리는 모습도 간간이 봐 왔고 노트 같은 곳에 무언가 적는 것을 흘낏 들여다보니 글씨도 서툴지 않고 참해 보였다는.... 또 주인 대신 은행에 몇 번 갔다 오는 것도 봤다 이런 일련의 관찰이 내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시이겠지 아마도? 직장도 다녔다면서 무엇 때문에 왔느냐고 묻는 내 말에 내가 만난 지 얼마 안 되는데 어찌 다 알겠소? 허긴 이 바닥에서 열 권의 공책에 눈물과 곁들인 사연의 영화 스토리가 어찌 그녀에게 국한된 이야기일까만은... 그 정도만 알고 계시셔 하는 주인 여자 말에 입을 다 물 수밖에 몇 번을 들락거려 얼굴 익힐 만도 되었건만 전철역에서 만났던 그때 그 얼굴 그 모습 그대로이다 그냥 아무런 표정 없이 일만 부지런히 하는 것도 같고 아니면 한길이 빠진 것 같이 그냥 주어진 일을 답습만 하는 그런 모습과 열성적인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 일을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고 왠지 여느 밥집 여자처럼 말을 그냥 탁 놔버리기에도 어정쩡하니 뒤 꼭지가 밥집 문간에 걸려있으니 내 행동거지가 내 마음에도 안 들은 나날이다 하여튼 내가 붙인 이름처럼 묘한 매력의 묘한 묘미다. 무슨 말을 붙여도 묻는 말 외에는 별말도 없고 내가 저를 뭐 허리를 붙잡고 넘어 드릴 것도 아닌데 뭐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치마꼬리 꼭꼭 여미고 펄럭이지도 않으니.. 그 흔한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내력조차 감감이다 그러니 쑤시고 들어갈 바늘구멍도 안 보인다. 그간 이 묘미 때문에 출석부 체크해 가듯 도장 찍는 나날인바 기실 점심때 자리 하나 차지함이 면구스럽지 않은 바 아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 드나드는 사람이 이 근처 사람들이니 누가 와도 같이 앉아 먹을 만큼의 인사는 차리고 있어 염치는 붙들어 매 두었다. 내가 걸리 적 거리는 객식구도 아니니 뭐라 그러지 않는데 괜스레 내 쪽에서 엉거주춤 꼴이니 감기와 가난과 사랑은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기실 난 여자를 좋아한다 어떤 욕망이 있다던가 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담백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저 깊은 밤 갑자기 눈 뜨고 누군가 한 잔의 소주잔에 주절 거리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고 가며 하는 소주잔에 얹혀 반주처럼 그냥 나 여기 있소 하는 추임새만 넣어 주면 되는데 같이 마주 앉아 무표정한 묘미라면 토 달아 줄 필요도 없이 그냥 나만 주절거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나지도 않은 내가 낯가림도 심하고 여자가 또 잘났다고 무언가 대꾸라도 할라치면 주눅도 들고 김이 반쯤 나간듯한 그 묘미가 내 상대로 안성 맞춤인데 그런데 그녀가 죽었단다. 며칠 사이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성도 이름도 확실치 않은 것 확실하게 알아보지도 못한 체 그녀는 죽어 버렸단다. 그냥 묘미 인체로. 사람 목숨 누가 일일이 챙기지도 않고 그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닌바 그 머저리 같은 것이 제 목숨 제가 끊을 줄 뉘 알았겠냐고... 아니 옛날 무슨 역병에 걸려 가마니 둘둘 말아 어디다 쥐도 새도 모르게 던져 버린 것도 아니고 어디 불구덩이에 던져 버린 것도 아닌데 일주일 사이에 그녀는 아무 흔적 없아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에 나왔다는 흔적, 만져 볼 사이도 없이 문 두드려 볼 사이도 없이 지금도 금방 커단 양은 쟁반 들고 무심하게 반찬을 내려놓을 것 같은데... 흔적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람 하나 없어지는 것이 일주일도 안 걸린다니... 성인 여자 하나가 없어지는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니 싹 하고 쓰레기 버리듯 없애 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내가 오지 않았던 그 시간에 그녀는 먼 길을 제 스스로 열고 나가 버렸단다 일주일이 무에 그리 긴 시간인가 그녀의 한 평생을 정리하는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니... 일주일 전쯤 점심시간 살짝 지난 후 들려 점심을 먹으면서 그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다 농담이 지나쳤다 싶을 때 아차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옆에서 그만하라는 추임새를 넣던 주인아줌마가 참다못해 점잖던 양반이 오늘은 왜 이래요 하면서 가짜 언니의 일침에 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 묘미를 마지막 본 얼굴이다 그날도 꼭 묘미와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라 괜스레 객기 부리다 망신살이 뻗친 격이리라 그러고 뻔뻔스럽게 아무 치도 않은 얼굴 들여 밀기 미안 쩍해서 다른 곳에서 밥 먹고 이쯤 해서 우야 무야 되었겠다 싶어 들러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린 것이란다. 설마 이 미친 계집애가 내가 어쩌자고 한 것 때문에 그럴 리는 없을 것이고 그럼 도리어 내가 영광이지... 밖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난 그 묘미 언니라는 그녀와 마주 앉았다. 한숨을 쉬고 소주 한 잔씩 가슴에 켜켜이 담아 가슴에서 지랄 난동을 부릴 즈음에 그녀의 입은 술술 풀리고 있었다. 그 계집애는 제법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아 처음에는 이런 일에 맞지 않을 사람이라고 그리고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고 내가 말렸재. 그런데 점심에만 일하겠다 하고 반찬 같은 것은 할 줄 모른다고 심지어 김치도 담굴 줄 모른다 하고 그런데 왠지 마음이 끌리더구먼 마음 한구석에 절구 하나 얹고 있는 듯도 하고 다 산 얼굴 같기도 하고 나한테 기대고 싶어 찾아온듯한 착각도 들고 그래서 일하지 못해서 그만두라고 하여도 할 말 없기로 하고 식당에서 일하는 것 처음이고 그냥 열심히 일하겠노라고 그러면서 혼자 말하듯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할게요 하더구먼 사람 상대하다 보니 이 계집애도 무언가 할 말이 많고 사람한테 부디 낀 일로 가슴에 얹힌 것이 절구 하나 안고 있어 보이더구먼 돈 주고 사람 쓰는데 일 잘하는 놈이 우선이지만 일은 서툴렀지만 손에 익지 않은 일이 꽤 부리는 것과는 달랐고 그저 묵직하니 이일 저 일 맡겨 놓으면 그냥저냥 버무려 내는 것이 설익지만 그냥 봐 줄만했어. 갑자기 나가야 할 일이 생겨도 그냥 돈 맡겨 놓고 나갔다 와도 되고 무언지 많은 이야기가 한번 입을 떼면 술술 풀릴 것도 같아 이 얘기 저 얘기 시켜 보면서 이제 잊을 것은 잊고 담을 것은 담고 그럼 저도 가슴에 절구 하나 얹힌 삶이 편안해지겠지 싶어서 그냥저냥 끼고 있었더니만........ 어려서 많은 고생을 해 본 것 같지도 않고 자기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더는 모르겠고 그냥 언니 동생 하며 지냈지 그놈의 계집애는 가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날 기함하게 만들더구먼 어릴 적부터 그 뭐 이여 어느 소설에 의시 선생님을 좋아해서 평생 그 옆에서 간호사 일을 하면서 살던 그 여자 같은 일생을 살고 싶었더니 뭐라나 바라보고만 살고 싶다고 그런 소리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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