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습작 묘미 2

저녁 바람 2020. 5. 21. 05:49

이 잡것이 외골수여 아주 정말 외골수라는 말이여

혼자 끙끙 앓는 스타일이어서

학교 다니면서 무슨 모임에 다녔다나

거기서 어떤 한량을 만난 모양이여

별 고생 없이 자라나

그냥 평범하고 착한 남자 만나

별 부모 속 썩이지 않은 그런 가정 꾸려여야 한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것이 팔자여 운명이여

참 운명이란 거 믿으시는 감?

처음에 사 그것이 좋아하는 감정인지 뭔지 몰랐겠지

새록새록 정이 들었던 모양이여

그 넘도 야가 그렇게 싫지는 안혔으니 그렇게 연락하고 정을 쌓았겠지

그러다 그놈의 아버지가 사업이 어찌어찌 기울더니만

그 화병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집안이 기울였는가 비여

어찌어찌 졸업은 하고​

그 김에 그 넘도 군에나 갔다 온다고 가버리고

그래서 한동안 연락도 없고

이 계집애도 연락도 없으니 저도 별수가 없었겠지

그놈이 군에 갔다 와 또 어찌어찌 연락이 되었던가 봐

그놈이 나쁘지

결혼할 여자는 따로 있더구먼

뭐 자기가 어려울 때 도와준 여자를 저버릴 수 없다나...

거기까지는 아주 좋은 이야기지

그럼 뭐 하러 이 계집애한테 연락하고 지랄이냐 말이여..

자기 말대로 저버릴 수 없다면 저버리지 말고

즈그들끼리 알콩달콩 살면서 이쪽에는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야

인연이 안되려 먼 이쯤에서 무 자르듯 잘라 버리는 것도

지 넘도 가뿐하고 이 계집애한테도 못할 짓 아니고 두루두루 잘한 일이제

받아준 연도 제정신 아니고

받아 주어야 뭘 얼마나 받아 주었나?

월급 차곡차곡 모아 저 누울 방 하나 있는 아파트가 전부인 것이 그놈과 얽혔으면 그 오래된 아파트가 다 일지...

이놈이 장가를 가서 마누라 하고 뭐가 잘 안되였는지

딸 하나 낳고는

부부관계가 썰렁해진 것이 여

그 직장이란 영업 쪽 일이라서 3년 간격으로 서울 수원 대구 부산 이런 식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니게 되었는지

난 그랬지

둘이 확 불지르듯 한번 확 싸질러 버리듯 불이 나 붙어 버리던지

끝장이나 나버렸으면 이런 일 없었을런가?

내가 하도 말 같지 않다고 들이 대니 나한테는 이야기 다 하지 않재

내가 보기에는 그놈이 자기가 여유가 있는 그런 허락 한도에서 이 계집애를

붙들고 놓지 않은 것이여

이 계집애도 정신이 옳게 박혔으면

그놈이 붙들거나 말거나 지 할 일 똑바로 할 텐데

이것이 맨 그놈과의 정이라면 줄줄 흐르듯 그렇게 끝 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붙잡고 가지 말라고도 못하고

아마 그 계집애는 그랬겠지

마누라야 힘들 때 도와준 정리로 저버리지 못했다고..

그러다 그놈이 실수했지....

마누라와 사이가 그렇게 덤덤한 사이

어디서 아들을 하나 본 모양이야

그걸 이 계집애가 깜쪽같이 몰랐던 거야

그 넘도 미안해서 말 못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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