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시장 특히나 도심을 가로 질러 가는
동대문 시장은 별로 갈 기회가 없었다
물론 경동 시장도...
그저 가까운 영등포 시장, 남대문 시장 정도가 고작
그리고 가까운 대형 마트나 집에서 몇 발작 떨어진 동네 마트가 행선지다
지난 주 동생과 동대문 시장을 갔었다
동생은 몇번 가본 솜씨가 있는지 이리 저리 잘 찾아서 우선 동생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마쳤다
우리도 그 유명하다는 마약 김밥을 먹어 볼까 하는 말에
한달 전쯤 모 일간지에서 두 페이지를 장식하며 마약 김밥을 널리 알려 주어
기필코 동대문 가면 마스터 하리라 벼르던 참에
의기 투합
그런데
그런데...
그 유명한 김밥 집에 사람들의 줄이 안보인다
을지로 지인도 언젠가 갔다가 줄이 길어서 발길을 돌렸다 하던데..
김밥집을 지키는 안경낀 분의 얼굴이 일간지에서 보던 얼굴과 같은 느낌이고
흰 다라이(양푼이라고 해야 하나?)에 김밥과 겨자 쏘스가 다 맞아 떨어지니
분명한것 같은데
평일이고,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으니..
동생과 나는 앉아 1인분만 주문
먹고 나니 그냥 그랬다
굵은 어른 손가락 만한 김밥을 겨자 쏘스에 찍어 먹는데
동생도 나도 뭐 약간 속은듯한 기분도 들고
옆 먹거리가 풍성한 좌판의 비빔밥, 칼국수 들이 더 식욕을 자극한다
헤어져서 나는 나의 일터로 발걸음을 재촉
1시간쯤 지났을까?
겨자 쏘스의 그 무어라 할수 없는 맛이 입가에 감돌며 지금쯤은 1인분 더 먹어 보라면 먹을 것 같았다
자꾸 입맛을 끌어 땅긴다 해서 마약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니...
어제는 동생과 남대문 시장을 갔다
이것 저것 살것이 있다는 동생.
유명한 호떡을 먹어 보았느냐는..난 물론 안 먹어 보았다
맛있단다
좁은, 지나다니는 길에 줄을 서서
꿀 호떡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는데
우리 이야기를 듣던 어느 신사분이 아니란다 잡채 호떡을 먹어 보란다
자기는 그것을 사려고 왔다고
그럼 한개씩 사자고(점심을 먹어야 하니까) 정작 줄을 서던 그 신사분은
기다리다 그냥 가버리시고(앞에선 사람들이 한 보따리씩 가져가니 기다려도 줄이 줄어 들지를 않는다)
한개씩 들고 서로의 것도 먹어 보고
잡채호떡은 좀 짰다
호떡도 여느 호떡집 것과 별 차이가 없는데
다른집 것은 기름에 부치는 과정같은데 이집은 기름을 거의 튀기는 수준으로
만들어 내니 고소하기는 하지만,
아이고나 저 기름들을 어쩌나...
동생과 나눈 말은
자기는 맛만 있으면 불친절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세바퀴에서도 국민을 상대로 물었을때도 맛만 있으면 불친절 감수하는 것이
월등했다
을지로 지인과 잘 가는 인사동 그 집..
바뀐 주인은 들어가도 인사 없고 나가도 인사 없고
다시 가도 인사 없었다
그럼에도 우린 항상 주문한 대구탕을 놓고 감격(?)하며 이 가격에 이런 맛을 어디가서
찾을 수 있겠냐고 매번 황홀해 하지 않았던가
삼청동 올라 가는 유명한 청국장 집은 불친절해서 가기 싫다고 했는데
난 그집 청국장이 맛이 없었던것.
지인은 맛있다고 같이 가기를 원했지만 내 대답은 그랬다
맛은 있지만 불친절하다고
지금 정정한다 맛이 별로여서 가기 싫었노라고...
젊은 아가씨, 아줌마들이 3초 가방을 들고 지나간다
짝퉁도 있고 정품도 있겠지..
며칠전 뉴스에 짝퉁 만드는 공장을 급습해서 찍힌 사진
바닥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어라 무어라 하는 가방의 짝퉁 원단들이
이블 처럼 누워 있었다
짝퉁도 A급 B급 C급이 있어
짝퉁집에 가면 어떤 급을 찾느냐고 묻는다 더니...
내가 가방을 살때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우선 커야 한다.
내가 우선 작은 가방을 들면 언밸런스하니까..
이제 매는 가방을 들 나이가 지났으니 손에 드는 가방이여야 한다
그럼 보스턴 가방이다
우선 크니까 요즘은 장갑, 목도리,장바구니,화장품,안경 등등을 넣고 다닐 수 있어
아주 그만이다
한국 고유의 브랜드들은 넘 비싸고 명품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앞 숫자에 백 천 단위를 붙여 주어야 사니까
엄두도 못 내고...
큼직한 가방을 고르고 물어 보면 쥔장들 값을 이야기 하기 전에
명품 어느 브랜드와 똑 같이 만들어서 얼마라는 대답
한달전 흘낏 지나가다 큼직한 가방이 있어 물어 보니 카피본이다
카피본이고 재질상 좀 ...
한 달후 결국 그 가방을 집어 들었다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것들은 떼고...
어제 그 가방을 들고 동생을 만났는데
울 동생의 매운 눈에 그런대로 괜찮단다
아주 쐐기를 박아 준 사건(?)
뒤에 오던 아줌마들이
그 가방 어디서 샀느냐고 알려 달라고 성화다
나는 그냥 지나가다 사서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지명을 이야기 해 줘야 하는데.
난 그냥 이 쪽에서 돌아서 중간쯤인것만 기억이 되니)
가난, 감기, 사랑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옆 사람들이 안다고 한다
명품 가방, 거리의 맛있는 먹거리도 누가 붙들고 알려 주지 않아도
바람에 실려서 이렇게 저렇게 알아 진다
진품의 백, 짝퉁의 가방도 누가 진짜다 가짜다 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안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 이곳 저곳 들르다
지하 매장 지나다 어느 아줌마가 고급 원단의 코트를 입고 앞 뒤로 폼을 내 본다
주인인듯한 여자가 650만원이예요 하는...그곳이 무슨 문이 있는 곳도 아니고
이 사람 서 사람 지나가는 다닥 다닥 붙은 매장인데...
난 아직 멀었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 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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