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백

물 먹는 하마

저녁 바람 2011. 12. 31. 10:55

 

 

 

물 먹는 하마
제습제 선전이 아니다
울 집 베란다에 잎을 주렁 주렁 달고 있는 식물 이름이다
본명이냐면 . 아니다
본명은 모른다
옆집 자야 엄마가 향이 좋고 모기를 쫓는다고 조금 자란 넘을 넘겨 준것이
작년 여름
어찌나 물을 잘 먹는지 내가 붙인 이름이다

여름내 이 하마 물 주느라 바빴다
화초는 물을 주지 않아 시들 시들 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물고문하다가 썩으면 이건 약도 없단다
그래서 물 주는것을 엄청 주의하노라 했더니
이 하마는 어찌 된일인지
이틀에 한번식 듬뿍 듬뿍 물을 주어도 저녁때 들어와 베란다 문을 열고
내다 보면
투정 부리다 골질하다 화가 나서 온 몸을 축 늘어 뜨리고 성을 내고 있다
그래서 아이구 미안타 하고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 빳빳이 쳐들고 쳐다 본다

작년 겨울 추워서 방에 들여다 놓았더니 이쁜짓 하노라
조그만 하얀 꽃을 송이 송이 피워서 솔솔 향이 피어나서 나를 황홀하게 했다
잠시 tv를 보다 잠이 들면 코 끝에 감기는 향이 은은해서 그려 그려
너를 잘 댈꼬 와서 이런 영화를 누리고 있네 하고 칭송을 마지 않았다

조용한 밤 무엇이 살그락 소리를 내면 바스락 거려서
소스라쳐 놀랐다
그리고 방을 둘러 보아도 아무런 내색이 없는 무언이 감도는 조용함에
또다시 살그락 소리는 온몸을 오그라 뜨린다
무엇인가
또 살그락 방으로 떨어지는 소리

자그마하게 꽃을 피워서 나를 놀라게한 그 꽃들이 시간이 흘러
자기 소임을 다하고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였다

아마 미안했던가 보다
밤에만 들어와 잠시 쳐다 볼 시간 밖에 없음에
방에 들여다 놓고 물 주고 애낀 내게 미안함에 그렇게 떨어지는 소리도 조용히
자기 몸을 방바닥에 조용히 눕혔었나 보다.

올 여름 열심히 물 주고
이렇게 저렇게 키가 자라는 녀석을 빵끈으로 붙들어 매 주다 화분을 들여다 보니
얼마나 잎을 달고 잘 자랐던지
뿌리가 흙 위에까지 마구 기어 올라 온다

순간
사람의 욕심들이 너희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구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면 넓은 땅에
이리 저리 맘껏 뿌리를 내려 시원스레 살수 있었을 텐데...

요즘은 홈 플러스에서도 다이소에서도 조그만 화분들을 판매한다
윤끼가 짤짤 흐르는 잎을 달고 있는 앙징스러운 화분을 몇번 들었다 놨다하고는
구입을 못 하고 있다
이왕 집에 있는 넘들이야 어찌 할수 없다 하지만
뿌리를 마구 마구 시원스레 자랄 넘들을 조그만 화분 속에 가둬놓는
미련한 짓 이정도에서 멈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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