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커피가 자리를 잡은 자리에 낭만은 떠나 있었다
약속시간 다가와 초조히 기다리던 추억을 향해
나는 다시 찻잔을 앞에 놓고 기다려 보고 싶다
가슴 설레는 만남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 낼까?
그것이 늘 그와 만나는 숙제였다.
오랜 시간 같이 있었어도
돌아서는 그를 향해 안녕이라고 말하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서러움에 마음 한구석이 시려오곤 했다
녹아 있는 내 마음이 전달이 되지 않음인가?
왜 이야기는 늘 곁 돌기만 하는 걸까?
그의 시선이 내 곁에 정착하지 못하고 왠지 허공에 흩어진다.
늘 그랬다.
그와의 시간은.
같이 앉아 한 잔의 커피향이 마냥 즐거울 것 같으면서도
왜 혼자 앉아 있는 것 같음은...
늘 타인 같고 낯설기만 하고
그는 씽긋 웃으며
뭐 했노?
하고 친숙하게 묻는 정다움의 실체는 나일까 그 자신일까?
그뿐이다.
늘 떠도는 바람 같은 그의 마음은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 같은 마음이 늘 그는 바람이었고
그러는 그를 바라보는 나는 괴나리봇짐을
하루는 꽁꽁 풀지 않을 듯 묶고
다시 그 다음날은 다시 묶지 않을 듯 풀고
붙잡을 수 없는 능력 밖의 일에 난 손을 놓을 수밖에
그래서 마음은 그를 떨구지 못해 늘 겨울이었다.
그의 외로움은 여러 사람을 흔들고
제일 많이 흔들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일 터.
지금은 초조할 일도
그의 나그네 같은 바람에도 신경 쓸 일도 없을 터.
많은 시간을 빗겨온 관조의 시간 속에
난 다시 그와 커피를 마주하고 앉아 보고 싶다.
브랜드 커피집이 아닌
낭만이 철철 넘치는 그 옛날의 찻집에서
그가 약속 시간을 잘 지키려는지.
그것 하나만 애태우며 그를 기다려 보고 싶다.
아니 내가 지금 혹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그가 아니고
찻집의 낭만을 찾는 것인가?
거기서 덤으로 그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는 것인가?
- 낭만이 넘치던 시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