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 학년 여름
그닥 부모님을 조르지도 않았는데 그 해 여름 우리 셋은(동생 ,막내 오빠)
강원도 강릉행 기차를 타고 푸른 물결이 넘실 대는 경포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민박을 구하고
짐을 정리하고
어머님이 나중에 오시기로 했으나 오시기전 까지는,
밥짓는 일은 당연히 내 몫일 수 밖에...
밥이라고는 중학교 가사 실습시간에나 해 보았는데
그래도 어쩌나 ,
나 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
이방 저방의 우리들처럼 짐을 푸는 사람,
해수욕하고 들어오는 사람,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
경포 앞 바다에는 오리 바위
십리 바위라는 것이 있다.
그 때는 8월 둘째 주만 되어도 물이 차가워 들어가지 못한다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막내 오빠는 수영을 잘했고 우리는 물놀이 기구를 착용해야만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그 정도.
아주 재미 있었던 기억보다
내 내 기가 죽어 있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해수욕행의 기억이다.
모든 사물이 눈에 익을 무렵
서울에서 보석샆을 한다는 나이가 쪼금 되는 검은 썬그라스의 아저씨와
약간의 글래머끼가 보이는 부인.
아이도 없는데 일 봐주러 따라온 계집아이.
그 계집 아이의 말.
집이 워낙 넓어 가을에 마당을 쓸려면
낙엽이 어찌나 쌓여 귀찮다나 뭐라나.
또 한 방에는
자매인듯.
특이했다면
우리가 머물고 그녀가 머물던 4-5일 동안
그녀들은 해수욕을 한번도 안했다는것.
해수욕도 안하려면 왜 왔냐고
고개짓하던 우리 막내 오빠.
글쎄...
그리고 나머지 또 한방 (이들은 우리보다 이틀인가 늦게 왔다)
얼굴이 조금 긴듯하고 약간 검은티 나는 엄마와
얼굴이 동그스럼하고 피부는 야들 야들하니 마치 찹쌀떡 겉 표면 같은
공주같은 딸과,
조카딸.
그리고 그 공주같은 딸과 약간 터울이 지는 아들.
그 네식구가 한방을 차지.
옅은색의 원피스에 넓은 모자를 쓴 그 날씬한 공주는 고3이라 했고
사촌언니는 대학 1 년생이라 했다.
그리고 얼핏 들은 말로
어느 제약회사 사장님 댁 식구들이라나....
그렇게 잘 사는 사람들이 호텔로 갈것이지
왜 이렇게 복닥거리는 민박이냐구....
고 3인데 여름 해수욕을 왔다는것도 아주 경이로운 일인데...
그 엄마는
서울살때 자식들을 굶겼는지
짐을 풀자 마자
온갖 예쁜색들이란 예쁜색을 모아논 프라스틱 그릇들을
풀어 헤치고 (지금은 건강면적으로 그런 그릇 안 쓰려고 하지만 60-70년대 사이에는
그렇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음식을 조리했다.
가뜩이나 엄마 없이 와 있어 마음이 쪼그라져 있는데
얼굴이 긴듯하고 검은티 나는 엄마는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그 온갖 그릇을 펼쳐 놓고 지지고 또 지지고 볶았다.
햇볕이 너무 따가운 한낮에는 해수욕을 사양하고
점심 먹은후라 노곤해 있노라면,
경포의 그 동네 아낙들이
아이를 등에 업고
영덕 대게를 쪄서 광주리나 함지박에 넣어갖고 다니며 팔았다.
우리는 막내오빠를 졸라
그 대게를 잘 사먹었다
밥도 제대로 못하는 이 동생에게서 무슨 반찬을 기대했겠는가..
그래서 오빠는 아낙들이 오면
대게를 잘사주곤했다.
알다 싶이 대게는 몸통은 먹을것이 없고 다리 부분만 잘라
젓가락을 넣어 살을 골라 내어 먹는 맛이 일품인것을.
그리고 며칠 후
오빠는 상경하고 어머님이 오셨다.
그래도 내 기분은 만회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는 대게도 풍요로울 때이고,
지금처럼 수입이 있을때도 아니니 진짜 영덕대게 였을듯
요즈음
손수레에 잔뜩쌓여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영덕게라고 팻말이 써 있는것을 보면(진짜 대게가 아니라던데)
그때 경포대의 생각이 나면서
그 공주같던 챙이 넓은 모자의 주인공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겠구나.....
동생은 남색의 수영복이였고 ,
난 노란색의 약간 늘어나는 탄력성이 보완된 것으로
어머님이 특별히 이웃 가게에 부탁해서 바다 건너온것으로 장만해 주신것인데
다음 다음해 대천 해수욕장에서 빨아 널어 놓은체
잠이 들었더니 누가 살짝 집어 가 버렸다.
집어간 사람 눈에는
그 수영복이 맘에 들고 예뼜었나 보다. (짙지도 옅지도 않은 색갈이 예뻤긴 했다.)
경포 호수에는 달이 몇개라던데...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그 하나요
님의 눈동자에 떠 있는 달이 그 두번째요.
내가슴에 떠 있는 달이 그 세번째요.
술잔에 떠 있는 달이 그 네번째요.
경포 호수에 떠 있는 달이 그 다섯번째라
그럼 님의 가슴에 떠 있는 달, 동해 바다에 떠 있는 달도 넣어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닥 부모님을 조르지도 않았는데 그 해 여름 우리 셋은(동생 ,막내 오빠)
강원도 강릉행 기차를 타고 푸른 물결이 넘실 대는 경포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민박을 구하고
짐을 정리하고
어머님이 나중에 오시기로 했으나 오시기전 까지는,
밥짓는 일은 당연히 내 몫일 수 밖에...
밥이라고는 중학교 가사 실습시간에나 해 보았는데
그래도 어쩌나 ,
나 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
이방 저방의 우리들처럼 짐을 푸는 사람,
해수욕하고 들어오는 사람,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
경포 앞 바다에는 오리 바위
십리 바위라는 것이 있다.
그 때는 8월 둘째 주만 되어도 물이 차가워 들어가지 못한다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막내 오빠는 수영을 잘했고 우리는 물놀이 기구를 착용해야만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그 정도.
아주 재미 있었던 기억보다
내 내 기가 죽어 있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해수욕행의 기억이다.
모든 사물이 눈에 익을 무렵
서울에서 보석샆을 한다는 나이가 쪼금 되는 검은 썬그라스의 아저씨와
약간의 글래머끼가 보이는 부인.
아이도 없는데 일 봐주러 따라온 계집아이.
그 계집 아이의 말.
집이 워낙 넓어 가을에 마당을 쓸려면
낙엽이 어찌나 쌓여 귀찮다나 뭐라나.
또 한 방에는
자매인듯.
특이했다면
우리가 머물고 그녀가 머물던 4-5일 동안
그녀들은 해수욕을 한번도 안했다는것.
해수욕도 안하려면 왜 왔냐고
고개짓하던 우리 막내 오빠.
글쎄...
그리고 나머지 또 한방 (이들은 우리보다 이틀인가 늦게 왔다)
얼굴이 조금 긴듯하고 약간 검은티 나는 엄마와
얼굴이 동그스럼하고 피부는 야들 야들하니 마치 찹쌀떡 겉 표면 같은
공주같은 딸과,
조카딸.
그리고 그 공주같은 딸과 약간 터울이 지는 아들.
그 네식구가 한방을 차지.
옅은색의 원피스에 넓은 모자를 쓴 그 날씬한 공주는 고3이라 했고
사촌언니는 대학 1 년생이라 했다.
그리고 얼핏 들은 말로
어느 제약회사 사장님 댁 식구들이라나....
그렇게 잘 사는 사람들이 호텔로 갈것이지
왜 이렇게 복닥거리는 민박이냐구....
고 3인데 여름 해수욕을 왔다는것도 아주 경이로운 일인데...
그 엄마는
서울살때 자식들을 굶겼는지
짐을 풀자 마자
온갖 예쁜색들이란 예쁜색을 모아논 프라스틱 그릇들을
풀어 헤치고 (지금은 건강면적으로 그런 그릇 안 쓰려고 하지만 60-70년대 사이에는
그렇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음식을 조리했다.
가뜩이나 엄마 없이 와 있어 마음이 쪼그라져 있는데
얼굴이 긴듯하고 검은티 나는 엄마는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그 온갖 그릇을 펼쳐 놓고 지지고 또 지지고 볶았다.
햇볕이 너무 따가운 한낮에는 해수욕을 사양하고
점심 먹은후라 노곤해 있노라면,
경포의 그 동네 아낙들이
아이를 등에 업고
영덕 대게를 쪄서 광주리나 함지박에 넣어갖고 다니며 팔았다.
우리는 막내오빠를 졸라
그 대게를 잘 사먹었다
밥도 제대로 못하는 이 동생에게서 무슨 반찬을 기대했겠는가..
그래서 오빠는 아낙들이 오면
대게를 잘사주곤했다.
알다 싶이 대게는 몸통은 먹을것이 없고 다리 부분만 잘라
젓가락을 넣어 살을 골라 내어 먹는 맛이 일품인것을.
그리고 며칠 후
오빠는 상경하고 어머님이 오셨다.
그래도 내 기분은 만회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는 대게도 풍요로울 때이고,
지금처럼 수입이 있을때도 아니니 진짜 영덕대게 였을듯
요즈음
손수레에 잔뜩쌓여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영덕게라고 팻말이 써 있는것을 보면(진짜 대게가 아니라던데)
그때 경포대의 생각이 나면서
그 공주같던 챙이 넓은 모자의 주인공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겠구나.....
동생은 남색의 수영복이였고 ,
난 노란색의 약간 늘어나는 탄력성이 보완된 것으로
어머님이 특별히 이웃 가게에 부탁해서 바다 건너온것으로 장만해 주신것인데
다음 다음해 대천 해수욕장에서 빨아 널어 놓은체
잠이 들었더니 누가 살짝 집어 가 버렸다.
집어간 사람 눈에는
그 수영복이 맘에 들고 예뼜었나 보다. (짙지도 옅지도 않은 색갈이 예뻤긴 했다.)
경포 호수에는 달이 몇개라던데...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그 하나요
님의 눈동자에 떠 있는 달이 그 두번째요.
내가슴에 떠 있는 달이 그 세번째요.
술잔에 떠 있는 달이 그 네번째요.
경포 호수에 떠 있는 달이 그 다섯번째라
그럼 님의 가슴에 떠 있는 달, 동해 바다에 떠 있는 달도 넣어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으로 오래 된 이야기다.
40년도 훨 넘은 이야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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