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달자 시인이 딸 희수에게 마주앉아 말하듯 풀어 나간 에세이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여기서 그는, 그 남자라고 지칭이 되는분은 그녀의 남편이다. 대강 이야기 줄거리는 순서대로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그녀의 글들이다. 1977년은 그녀의 나이 35세
그는 이미 20년 전에 죽는 연습을 충분히 했다 1977년 5월11일 뇌졸증으로 쓰러져 2000년 10월21일 마지막 잠에 들었으니 꼭24년을 병에 시달리다 간 셈이다 (중략)
환자 생활 24년을 뒷바라지 하면서 증오심도 억세게 끓어 올랐고 억장 무너지는 순간 순간을 맞으면서 남편의 마지막 시간이 언제인지 하느님께 질문하려다가 입을 닫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겠니 나는 아프지 않았지만 죽었고 그는 아팠지만 살아 있었다 (중략)
그가 눈을 뜨고 정확하게 3년이 지나면서 나는그가 살아 났다는것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때 진작 즉었어야했는데 저걸 살려 냈다니.... (중략)
그런데 이상한 행동들이 발견 되었다 손님들 앞에 과일과 차를 내 놓았는데 글쎄 과일을 손님에게 권하지도 않고 혼자 다 먹어 버리는거야 그것도 너무나 빠른 속도로 말이야. (중략)
그의 첫 강의 웃음은 참았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딸국질을 계속하니 도무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뇌를 다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때로는 사흘 동안 계속되는 날도 있고 온 밤을 꼬박 새는 날도 있었다 첫번째 강의는 실패로 돌아 갔다 두번째는 웃음이 도저히 그치지 않아 강의를 계속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시상하부과오증이라는 웃음이 멈추지 않고 병 이름도 희한하다 고주파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중략)
이 땅에서 내가 힘이 없어지면 모두가 다 버린다는 사실. 잊혀진 사람이 된다는것을. 나는 안다. 애인에게 버려지는 것 보다 더 무서운것은 사회의 집단으로 부터 버림 받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세상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다 그를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 남자가 아직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는것을 알았다 아니 완전이라니 내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알고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중략)
그 때쯤 학교에서는 인사 이동이 있었다 차례대로 하면 경상대학에는 그 남자가 학장이 될 차례있다 학교에서도 두가지로 의견이 나뉘였다 그 정도면 할수 있다고 보는 사람과 아직도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안된다는사람이 휠씬 더 많았다 하느님이 도와 주셨나 보다 그는 학장직이큰 무리 없다는 사람들에 의해서 학장이 되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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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넘기는 장 마다 그녀의 결혼과 병든 남자를 읽으면서 나 자신이 결혼하지 않은것과 남편이, 아니 더 쉽게 더 확실하게 이야기 하자면 병든 남편이 없는 것에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를 그리고 거두어야할 자식이 없는 것도 그리고 병든 시어머니가 없는 것도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이 아니라 미안하게도 남의 불행을 보면서 겨우 새끼 손톱만한 별일이 없는 이 자극없는 생활을 행복해 했다. 그녀(시인 신달자)의 일생이이렇게 처절하게 난도질 당하고 있었는줄 누가 알았을까? 신은 치루어 낼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지만 그것은 치루어 낼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의 말이다 그녀가 겪은 고통은 그녀가 치루어 내기는 했지만 치루어 낼만한 고통의 한계를 이미 수 없이 넘은것 이라는것.(블로그 쥔장의 생각) 허긴 그녀도 이겨 냈다면 치루어 낼만한 고통이였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남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겠지라고 그녀는 도리질할것 같다 그녀가 치루어 내고 일생의 처참한 난도질에 대해서는 그리고 치루어낸 그녀에게 경의 이상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제라도 그녀가 응어리진 마음속 깊은 곳에 뭉쳐져 응달에서도 펼치지 못했던 그 썩어 문들어질대로 문들어진 생각들을 다 토해내고 편히 깊은 숨을 쉴수 있다면 아니 숨을 이제는 쉬고 있고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치부에 가까운것임을 다 쏟아낸 그 용기를 치하하고 또 치하해 마지 않는다 그런데 .. 다 읽으면서 안쓰럽다 못해 어찌 이런 정신적인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으로도 충분했을 그 남자의 생애에 마지막 화려한 장식의 경상대학 학장직의 고수는 그 무슨 욕심일까? 내가 위에 써 내려간 그녀의 에세이는 순서대로 이다 그 남자가 학장직을 고수하기 위해 , 교수직을 계속하기 위해, 학생들과 마주 대하면서 상아탑에서 지식을 논하기 위해서 그 남자가 한일은 아무것도 서술이 되어 있지 않다 발병하기 전까지 공부한 것으로 그 남자는 퇴직기간 동안 교수직을 맡았다는 이야기가 된다면 그 제자들의 지식의 창구 역활은 제대로 했는지가 아주 의문이다. 그 남자의 교수로서 지식에 대한 끊임 없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한줄도 거론이 되지 않았기에....
사람의 욕심이 그 무엇으로 제목을 붙인다 하여도 끝이 없다는것은 알지만 그녀의, 그 남자의 학장직에 대한 욕심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난도질 당한 그녀의 위로의 안주용인가? 다 하지 못한 그 남자의 상아탑의 열망이라고 한다 해도 그녀가 서술한 그 남자의 병세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의문이 가셔지지 않는다 또 학연이라는 것과 지연이라는 것이 난무하던 시대 그 자격이 충분하지도 않으면서 학연과 지연이라는 것의 연결고리에 의해 이렇게 안일한 사고의 방식으로 열려질대로 열려져야 하는 지식의 창이 막힌 상태로 우리의 상아탑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우리들 자신은 물론이고 아니 다음의 세대 까지도 그 학연과 지연의 희생양이 되어 있다는 것에 통분을 금치 못하겠다 그 학연과 지연이라는 것에 우리 스스로의 반발도 없이 그냥 수긍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을 거쳐 지나온 세대로서의 할말이다 물론 이 분이(남편) 어떻게 교수직에 복직하고 어떤 연구에 박차를 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그 분의 환자로서의 시간의 나열을 본다면 과연 합당한 인사였는지 합당한 자리였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덮을때까지의 의문이였다
다른 이야기지만 대학시절 한 학기만 맡은 어느 여 강사님 오래 과에 머물고 있는 교수님의 애 제자로 강의를 맡은 그 강사님은 강의 시작하는 봄 첫 강의만 하고 그녀의 시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등반하다 떨어져서돌아 오지 못할 곳으로가 버렸다 사진인가를 전공하던 그 시동생의 유작전인지를 한다는데 그 준비차 바빠서 우리 강의는 그 한번으로 끝이였다. 다른 강사의 출강도 없이 그 강의는 그렇게 그냥 끝나 버렸다 우리는 그 학기동안 그녀의 얼굴을첫 강의날한번 본것으로 족해야 했다 40 년전에는 이런 기가 막힌 일도 있었다
어려운 경제 난국을 헤쳐나오면서 우리도 많이 변했다 사표를 요구하는 기업주에게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하고 따지듯 묻는 말에 기업주의 정당한 답변은 이랬다 한다 잘못한것도 없지만 잘한것도 없어서 ...라는 우문현답이 있듯 이제는 학연과 지연이 아무 소용없는 시대가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리고 역시 옛말이 틀린것은 없다는 긴병에 효자 없다는...
그녀의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졌을때 그녀의 나이는 35세 였다니 사실 철이 제대로 들을 나이도 아니다 아이 셋을 낳고 이제 무엇인가를 하면서 하나 하나 생활의 지혜를 주어 담을 시기에 그녀의 모든것은 무참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기가 막힌 나날이지 싶다 오로지 하나에만 매달려 (남편을 살리겠다는) 살아온 그녀의 시간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대강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들이 진솔하게 실려 있었다 참 하기 힘든 이야기가 거의 거짓 없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어찌 보면 그녀의 참회록 같은 에세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저 밑바닥에 깔렸던 이야기들 그녀가 이렇게 밝히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이야기들까지 이제 그녀는 할말을 다 하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하얀 창호지 같이 깨끗할 것 같다
2008.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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