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여성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공지영씨가 도마에 올랐다.
특별히 그녀를 취급한 것이 아니라 누구 한 사람이 누가 그렇다 저렇다 하면 댓글이 주루루 달린다
취향에 따라 이야기 한것이니 뭐 귀담아 들을일은 없고
어느 분이 최근에 읽은 도가니가 재미있다는 말씀에
책 빌려 주는곳에 어인일로일반 소설책을 사 두었는지(무협 소설은 무지 많다)
그래서 빼어 들고 횡재 한듯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 난후의 마음 한 구석은 왠지 찝찝하다
그녀가이 소설을 쓰게된 동기가 다음글에 나타 난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 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였던 것 같다.
내용이 어떤 것인지가 감이 온다...
그래도 어떡해 돈 주고 빌려 온것을
소설은 역시가 역시나 였다
수화로만 통하는 장애인들의 배움의 터전인 자애학원에서 벌어지는 몰염치와 사람같지
않은 행동으로 일관된 교장과 기타부류들과학생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것을
결과나 상쾌했더라면...
마지막 그야말로 한장 남은 마지막 장에서 강 인호는 비겁하게 발을 빼버리고
인권운동센터의 서유진이 메일로 결과를 알려 주는것으로 소설은 끝났다.
강인호가 비겁하다고 썼지만 기실 나는 이런 소설 읽는 것 조차 별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소설 속의 주인공인 강 인호 보다 더 비겁하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추이조차 하기 싫은 것은 활자로라도 보기 싫어 하니까
그저 잼 있고 오감을 자극하고 적당한 멜로가 있고 적당한 감격이 있는 그런것을 좋아 한다는 말이다.
초등 시절 옆반에 얼굴과 머리 색이 다른 아이가 하나 있었다
우리 보다 더 하얀 얼굴의 그녀는 모습과는 달리 옥순이라는 이름과 말총 머리로 주황색 쉐타를 입고 다녔다
그 아이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것은 그녀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또래의 우리들은 줄기 차게 그녀를 놀렸다
아이노꼬(혼혈) 라고
그 아이는 한 마디 말도 없었고 그 어떤 항변도 없었다
무엇인가 그 아이를 대변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은 한 구석에 쌓여 있기만 했지
나 역시 묵묵 부답이였다
졸업후 그녀는 애니라는 애칭으로 혼혈과 특별한 직업에 대한 자전적 소설인지 실화를 안고
신문 광고난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 났다.
당연한듯하기도 한 모습의 그녀를 보면서
비스듬히 누운 어두운 색의 원피스 차림의 모습이 어찌 당연한듯도 하고
그때 우리가 너무 그녀를 한 구석으로 몰아 부친 결과인가 싶기도 ...
자책을 할만한 깊이의 생각도 없었지만
그때 이미 나는 비겁자였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 아이를 놀리지만 않았다는 일말의 양심이 그나마 나를 짓 누르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렇게 아주 작은 일에도 비겁한 우리네 사회가 자애 학원에 일어난 일에 팔을 걷어 붙이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음의 글들은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추린것이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죄송스럽다.......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온전히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 들였을 때 만큼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게 황홀했다.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
엘뤼아르
"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 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
삶속에 시가 있다."
여성 사이트 어느 분은 그녀가 미모로 작가임을 내세운다는 말을 했지만
다음 글을 읽는 순간 안개가 내려 앉은 무진시를 안개속에서 차분하게 펼쳐내는
필력은 보통 사람이 펼쳐 낼수 있는 그런 능력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강인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간단한 이삿짐을 싣고 서울을 출발할 무렵 무진시(霧津市)에는 해무(海霧)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흰 짐승이 바다로부터 솟아 올라 축축하고 미세한 털로 뒤덮인 발을 성큼 성큼 내닫듯 안개는 그렇게 육지로 진군해왔다.
안개의 품에 빨려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버렸다.
바닷가 절벽위에 선 사층짜리 석조건물 자애학원도 그렇게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일층 식당에서 뻗어나와 반찍이는 노란 불빛이 마요네즈 빛깔로 희미해질 때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 왔다.
육지 깊숙이 들어선 바다 물결은 갈대밭 사이로 난 수로에서 뱃전에 부딪히며 찰싹거렸다.
바다가 있다는 징표는 그것뿐이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갈대밭은광활했다.
그 갈대밭의끝에는 이 지구상의 모든 사물 중에서 가장 거대한 사물 , 바다가 있다고 누군가가 말한 것도 같다.
알면서도 매번 스스로 속는 것이 인생일까. 언제나 공포는 상상할때 보다 더 크다는 것을 말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괘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초판 1쇄 2009. 6.29
초판 4쇄 2009.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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